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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 글에서 사업을 하는 데 종잣돈, 즉 씨드머니(Seed money)가 왜 중요한 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업을 하면서 종잣돈이 없으면 무엇이 가장 힘든지 저의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온라인셀러는 물건을 만들어 팔던지 아님 떼다 팔던지, 여튼 재화의 사고파는 매매의 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직업입니다. 물건을 만들려면 재료값이 있어야 하고, 물건을 떼다 팔려면 업체에 돈을 주고 재화를 사와야 합니다. 운좋게 나를 무조건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천사같은 거래처 사장님이라면 외상으로 물건을 받을 수 있으나 그런 일따윈 절대 없으니 행여나 공짜로 물건을 떼다 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시길.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 100만원으로 물건 떼어오는 사람은 절대 1,000만원으로 물건 떼어오는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가져오는 개당 단가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최저가에 불안해 하면서 나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셀러가 없는지 1시간 간격으로 모니터링 합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판매단가를 자유롭게 설정하여 판매할 수 있지만, 쿠팡의 경우 아이템위너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동일한 물건을 다수의 셀러가 판매하는 경우, 가장 낮은 판매가를 제시하는 셀러의 상품에 한해 노출이 가능합니다. 노출이 안된다는 것은 상품등록을 해도 내 상품이 소비자의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죠.

게다가 쿠팡의 경우, 정산주기로 길어 판매한 물건의 상품대금을 100% 모두 지급받기 위해서는 30영업일이 소요됩니다. 제가 다루고 있는 화장품의 경우, 상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크게 인박스, 용기, 원재료 비용이 소요됩니다. 보통 인박스 단상자나 용기가 만들어지면 이를 생산한 부자재 업체가 마지막 제조사인 충진업체에 부자재를 입고시키게 됩니다. 부자재가 충진업체에 입고되면 원료를 용기에 충진시킨 후 우리에게 입고되기까지 평균 한달정도의 리드타임이 소요됩니다. (참고로 저희는 인박스, 용기, 충진업체가 모두 따로따로임)

용기에 원료를 충진하여 상품이 들어오기도 전에 인박스나 용기와 같은 부자재 업체에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게다가 초도발주한 물건을 모두 팔기도 전에 재발주를 해야하는 상황이 오고, 판매대금은 정산주기가 길어 판매채널로부터 정산금까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겹치게 됩니다. 더 최악인 것은 이런 상황에 인건비나 임대료와 같은 유지비를 매달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사업자금이 없으면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제품을 런칭하기 위해서는 초도발주와 2차발주, 최소 2번 발주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새로운 상품을 런칭할 수 있습니다. 물건이 만들어 지기기도 전에 돈이 들어가고, 물건 판매한 대금은 한참 후에나 들어오니 이럴 수밖에 없지요.

 

저희는 조금 옛날 방식이라 단상자, 용기, 원료 등 부자재 업체와 충진업체가 모두 다르게 존재합니다. 요즘은 이 모든 과정을 한 곳의 제조사에서 대행해 주는 턴키(turnkey)생산이 가능합니다. 제조사에 턴키발주를 하면 개당 생산단가가 일정부분 상승합니다. 제품을 담을 인박스나 용기와 같은 부자재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그 만큼의 노고가 필요한 셈이죠. 저희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브랜드사는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개발부서나 구매부서가 따로 존재합니다.

사업이 휘청거리는 순간은 두가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설비확장과 매출상승. 무리하게 설비를 늘렸을 때 자금난을 겪는 회사가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급격히 매출이 상승했을 때입니다.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매출이 갑자기 상승할 때는 그 만큼의 재고확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팔리기도 전에 창고에 물건을 쌓아 두는 셈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건이 잘 팔려 자금난을 겪는 건, 어찌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같은 불황일 때는 물건이 안팔려 재고때문에 고민이신 사장님들이 많으니깐요. 갑자기 물건 잘 팔리거나 혹은 판로확충으로 인해 매출이 상승할 때 자금난을 지혜롭게 극복하느냐 마느냐가 앞으로의 사업 성장 가능성을 갸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물건이 팔리는데 자금이 없어 포기할 순 없잖아요. 너무 억울하고 허탈할 일입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기처럼 어떻게든 사업자금을 만들어 고비를 넘겨야 합니다. 사업자금 지원대출을 받든 고정유지비를 줄이든 해서 제품 사입비를 확보해야 합니다.

 

 


10년전부터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셀러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올리브영 매장을 비롯 오프라인 영역에도 판로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10년된 셀러로서 얻은 사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솔직한 개인사를 포스팅하는 공간입니다. 응원글 또는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과 함께 구독+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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